[영화 트렌드] 한국 영화산업, OTT로 몰락하나
개봉작 절반·관객 수 1억 명 감소…“10편 중 7편은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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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에서 개봉 예정인 영화는 약 20여 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팬데믹 이전 2019년의 40편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영화 제작사 관계자들은 시나리오는 있어도 투자와 배급이 멈춘 작품이 많고 극장 개봉은 점점 큰 모험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2024년 개봉한 상업영화 37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10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편 중 2편 이상이 적자를 본 것이다. OTT는 고급화되고 관객의 기대치는 높아졌는데 중간급 영화는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이다.
극장 관객 수만 보더라도 2019년 총 누적 관객 2억 3천만 명이던 관객 수는 지난해 2024년 1억 2천만 명으로 48%나 감소했다.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의 경우 2023년 극장 관객 수는 약 13억 명으로 팬데믹 이전 대비 80~85% 정도 회복되었다. OTT와 극장을 동시 개봉하는 모델이 정착되었다. 프랑스는 정부 보조금으로 극장·예술영화 생태계를 적극 보호하고 있다. 2024년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의 90% 수준을 회복했다. 독립 예술영화도 안정적인 개봉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랐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중심의 시장 구조가 코로나 충격을 완화하면서 ‘스즈메의 문단속’ 같은 흥행 대작이 지속적으로 배출되어 2024년 관객 수 약 1억 6천만 명으로 회복세를 견조하고 있다.
영화 산업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인해 몰락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한국 영화산업의 위축 원인이 단순한 팬데믹 여파를 넘어서 플랫폼 전환과 소비 패턴 변화, 수익 구조의 재편, 산업 생태계의 양극화 등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한편으로는 한국 영화산업의 침체는 단지 극장 관객 수의 감소만이 아니라, OTT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구조적 전환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 영화의 성공 여부는 더 이상 극장 관객 수만으로 가늠되지 않는다.
팬데믹 기간 동안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티빙 등 다양한 OTT 플랫폼이 대중의 주요 콘텐츠 소비 채널로 자리 잡았다. 고화질 영상, 다국적 콘텐츠, 자유로운 시청환경은 관객의 기대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이유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3분 안에 시청자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이탈하는데 OTT는 시나리오, 편집, 미장센까지 훨씬 정교해졌고, 그 기준이 극장에도 적용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OTT가 가져온 수익구조 재편도 영화 산업에 치명적이다. OTT는 개봉 전 선판매로 제작비 회수의 안정성을 보장해주지만, 극장은 흥행 실패 시 손실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중소 제작사와 독립영화에게 치명적이다. OTT는 안정된 계약 구조를 보장하지만, 극장은 여전히 ‘흥행 아니면 파산’이라는 공식이 통한다. 그래서 많은 작품이 OTT를 선호하게 된다.
OTT에 적합한 콘텐츠와 극장 대작만 생존하는 양극화도 문제다. OTT에서는 드라마성, 시즌제 콘텐츠, 젠더·사회 문제 등을 다룬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반면 극장에선 슈퍼히어로물,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 영화만 살아남는 구조로 양분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간 규모 극영화, 예술영화, 청년 감독작품의 입지는 축소되고 있다.
해외 국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대응했을까? 미국은 OTT 개봉 후 극장 개봉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는 OTT 개봉 이후 일정 기간 동안 극장 개봉을 제한하는 극장 보호 정책을 실시 중이다. 일본의 경우는 애니메이션 중심 콘텐츠의 OTT-극장 병행 수익 모델이 안정화되는 추세다.
가장 큰 문제는 이제 OTT와 극장이 각자의 역할을 하는 ‘이중 시장’으로 재편됐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극장 중심 제작·투자 관행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다. OTT 중심의 제작 생태계와도 연결되지 못한 채 산업이 양쪽에서 고립되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우선 정부가 나서 극장과 OTT 공존을 위한 윈도우 정책을 시행하고, 중소 제작사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화 업계는 플랫폼 맞춤형 제작 역량을 강화하면서 크로스 플랫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 관객은 영화를 ‘어디서 보느냐’보다 ‘무엇을 보느냐’로 소비 기준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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