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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리뷰] ‘청와대’를 일제 시대 창경궁처럼 공원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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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한 나라의 지도자, 최고 권력이 머무는 공간은 그 나라의 역사, 정치, 문화 등을 모두 포괄하는 곳이고 나라의 얼굴로 대표성을 띄고 있기에 대통령이 머무는 공간은 사치스러움과 별개로 단순한 건물 그 이상이어야 한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어줍잖게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내란 시도로 인한 파면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게 되면서 기존에 대한민국 대통령이 거주했던 공간, 지금은 공원처럼 변질시켜버린 청와대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다음 대통령은 용산도, 세종도 아닌 청와대로 들어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공원이 됐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청와대는 빈 집이 됐다. 그냥 비우기만 했으면 언제든지 청소해서 다시 쓰는 데 지장이 없을텐데 수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만드는 바람에 청와대는 몹쓸 공간이 되고 말았다. 어차피 못 먹을 밥상 남 주기 아까우니 재를 뿌린 셈이다.

 

윤석열 후보 시절 공약으로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했는데 그건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청와대로 가지 않고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건 무속신앙에 빠진 김건희 여사가 청와대로 들어가면 뒈진다는 믿음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렇게 해서 용산으로 청사와 관저를 이전하는 데만 1조원의 세금을 낭비하고 말았다.

 

20225, 대통령 집무실이 용산으로 이전된 뒤 청와대는 일반인들에 상시 개방되었다. 청와대 관리도 국가기관이 아닌 청와대재단이라는 재단법인을 만들어 맡긴 탓에 그저 질서유지 정도만 하는 수준이다. 현재는 사전 예약을 통해 누구나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관람객들은 본관을 비롯해 영빈관, 관저, 경내 정원, 춘추관을 직접 걸어서 둘러볼 수 있다.

 

윤석열은 왜 청와대를 버렸을까? 과거 일제시대 왕이 머물던 창경궁을 동물원 창경원으로 만들어버렸던 아픈 역사가 떠오른 건 억측일까? 청와대의 공원화엔 아마도 고도의 계산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오는 6,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청와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거 같아서 그 전에 청와대를 한 번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에 주말 시간을 활용해 청와대를 관람했다.

 

청와대 앞에서 기념촬영 중인 사람들

 

청와대를 들어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한다.

 

심사대를 통과한 후 보이는 본관 건물

 

 

기왕에 청와대를 관람하는 차에 청와대의 역사를 잠깐 알아봤다.

 

청와대는 조선시대 경복궁의 뒷마당이자 후원이 있던 공간에서 시작된다. 일제강점기 때는 조선총독부의 관저로 사용되었다. 총독부 관저는 일본식 건축양식으로 지어져 조선에 대한 통치를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광복 이후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이곳은 대통령의 관저와 집무실로 전환되었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이 '경무대'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1960년대 박정희 정부 들어 '청와대'라는 명칭이 처음 제정되어 정착되었다. 말 그대로 지붕을 얹은 푸른 기와에서 명칭을 따왔다. 이후 청와대는 대통령 거주지와 집무실을 겸하는 공간으로 한국 현대사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왔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면서, 청와대는 대통령궁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청와대는 한국 전통 건축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건물이다. 청와대 메인 건물 본관은 전통 한옥 지붕 형태에 파란 기와를 얹었다. 15만장의 기와가 청와대 특유의 지붕선을 만들었다. 외관은 한국 전통 건축의 상징성을 따랐지만 내부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로 설계했다.

 

영빈관 외관

 

외빈이 왔을 때 사용하는 영빈관 내부

 

 

주변 건물은 본관, 관저, 비서동, 수석비서관들의 집무실이 있는 여민관, 기자 브리핑이 진행되는 춘추관 등 기능별로 나누어져 있다. 청와대 경내에는 넓은 정원, 인공 연못, 대통령 전용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대통령 집무실은 본관에 있고, 비서실과 참모진이 비서동에서 근무하며 정책 결정, 국가 위기 대응, 외국 정상 접견, 국무회의 등 핵심 업무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대통령은 외교 행사뿐 아니라 국정 현안을 처리하는 일상의 대부분을 청와대에서 보낸다. 그래서 청와대는 '권력의 심장'이라는 표현으로 불릴 만큼 대통령 정치의 핵심 무대다.

 

청와대는 또한 천혜의 요새였다. 북악산과 인왕산, 경복궁, 세종로 대로 등 다양한 지형적 요소에 둘러싸여 있어 외부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었다. 북악산은 청와대를 마치 '산 속에 숨겨진 요새'처럼 만들어, 자연적으로 외부 침입을 방어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 1968년 북한의 특수부대인 31명의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목표로 기습적으로 침투했지만 북악산과 인왕산 등 지형적 요소 덕분에 청와대는 뚫리지 않았다. 뻥 뚫려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는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 전 정부의 처사가 어이없다.

 

본관 입장하는데 최대 90분 기다려야 한다.

 

본관에 들어가기 위한 줄

 

우리 뒤로도 엄청나게 줄을 서있다.

 

 

우린 일요일 아침 10 30분으로 예약했다. 청와대 정문 앞에 도착한 시간은 10 10분경. 벌써 사람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있다. 입장은 신분증 없이 미리 예약할 때 받은 바코드만 찍으면 된다. 큰 가방은 줄 옆의 엑스레이 장비를 통과해야 가능하다.

 

청와대에는 크게 5개의 건물이 있다. 큰 기와집으로 된 본관과 영빈관, 관저, 상춘재, 침류각이 있다. 청와대 본관심사대를 통과한 후 왼편에 있는 영빈관을 먼저 보기로 했다. 영빈관은 해외에서 손님들이 왔을 때 사용되는 건물로 환영할 영자에 귀빈 빈자를 써서 영빈관이다. 윤석열 정부는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겼지만 국빈 행사에 사용할 마땅한 건물이 없어 영빈관은 계속 사용했다. 현재 1층만 개방되어 있고 2층은 볼 수 없다.

 

영빈관을 나와 보니 청와대 본관에 입장하기 위한 줄이 장사진이다. 입장하는데 최대 90분 정도 걸린다는 안내판도 있었는데 다행히도 10여분 정도 기다렸다가 입장할 수 있었다. 1991년에 지어진 청와대 본관은 디긋자 형으로 생겼는데 왼쪽에 있는 별관이 세종관, 오른쪽에 있는 별관이 충무관이다.

 

초록색과 파랑색의 단청이 단아하다.

 

청와대 본관 외부

 

청와대 본관 외부

 

청와대 앞 잔디

 

1층 내부 복도

 

역대 대통령들의 초상화

 

국무회의가 열리는 인왕실

 

 

본관 1층에는 인왕실, 충무실, 무궁화실이 있다. 인왕실은 소규모 연회장이나 국빈 방문시 기자회견장으로 활용되며, 충무실은 임명장을 수여하거나 회의를 하는 공간이다. 무궁화실은 영부인의 집무실과 접견실로 구성되어 있다. 인왕실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사진이, 무궁화실 접견실에는 역대 영부인들의 사진이 걸려있다.

 

일층 세 곳의 방을 둘러보고 가운데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간다. 일층 복도와 2층 올라가는 계단엔 빨란 카페트가 깔려 있는데 이음새가 없이 통으로 제작된 것으로 전용기를 통해 중동국가에서 수입된 것이라고 한다. 2층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데 TV에서 많이 나오는 봉황과 무궁화로 된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이 벽에 금박으로 새겨져 있다.

 

무궁화실 입구의 영부인들 사진

 

무궁화실

 

영부인의 접견실

 

1층 중앙 계단

 

2층에서 본 1층

 

2층 접견실

 

2층 대통령 집무실

 

2층 내부

 

1층 충무실

 

인왕실 밖 정원

 

임명장을 수여하는 장소

 

커다른 병풍

본관에서 나와 오른쪽 도로를 따라 가면 관저로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대통령과 가족이 생활했던 공간인데 입구에 인수문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인수문은 이 문을 사용하는 사람은 어질고 인덕이 많으며 장수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관저 앞

 

대통령 관저

 

대통령 관저

 

관저 위 산책로 정자

 

산책로의 불상

 

 

관저 뒤를 한바퀴 도는 산책로를 가면 불상이 하나 있다.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다. 원래 경주에 있던 불상인데 일제 강점기 때 이 불상을 서울 남산의 총독 관저에 옮겨왔고 총독 관저가 청와대 자리로 이전하면서 같이 옮겨진 것이라고 한다

 

청와대를 관람한 한줄 평을 하자면, 생각 외로 '단촐하고 검소하다'는 거다. 몇 년 전 경북 합천에 청와대처럼 꾸며놓은 촬영 세트장을 다녀왔는데, 별 반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과 같은 어마어마한 치장과는 비교도 안되는 정갈함이다. 해외 귀빈들을 맞이 하기 위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정도다.

 

나머지 건물인 상춘재와 침류각, 춘추관 방문은 접기로 했다. 청와대 경내를 둘러보면서 안타까운 장면들이 몇몇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본관 내부의 여기저기 벽면과 나무 문 곳곳이 긁혀 있기도 하고, 영빈관 앞 바닥에 깔린 돌들은 깨져 흔들거렸다. 관저로 가는 언덕은 풀도 없이 흙이 그대로 노출되어 흘러내리고 있었고 여기저기 관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는 모습들이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청와대의 관리 주체가 문화유산청과 문화체육관광부 사이에서 왔다갔다 했고 청와대재단이 설립된 후에도 현상유지에만 급급한 탓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청와대는 동물원이나 공원의 흔한 놀이시설처럼 아무렇지 않게 방치되어 훼손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를 개방하면서 노린 것은 이런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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