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리뷰] 믿을 수 없는 해썹(HACCP) 인증 ‘있으나마나’ > 서비스리뷰

[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정부에서 인증을 해주는 해썹(HACCP) 마크가 있는 식품은 과연 안전할까? 최근 해썹 인증을 받은 업체에서 위생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해썹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하게 추락하고 있다.

해썹(HACCP)은 1959년 미항공우주국(NASA)의 요청으로 미생물학적으로 안전한 우주식량을 만들기 위해 실시한 것이 최초인데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식품규격위원회도 해썹을 식품위생 관리지침으로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도에 도입돼 위생관리시스템을 제대로 갖춘 기업을 정부가 인증해주고 있다.

식품 및 축산물의 원료 생산에서부터 최종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요소가 해당 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관리시스템을 갖춘 기업에만 해썹 인증을 해준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6개월 동안(2017~2022.06) 해썹 인증업체 중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사례는 총 2,118건이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위반 내용으로는 식품에서 플라스틱, 머리카락 등 이물질이 검출된 ‘이물검출’이 973건(46%)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영양성분을 제품에 제대로 표기하지 않은 ‘표시기준위반’이 473건(22%), ‘위생적 취급 기준위반’ 184(8%)건이 뒤를 이었다.

위반 사례는 대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최근 5년 6개월간 대기업 해썹 업체 중 식품위생법을 가장 많이 위반한 곳은 총 30건을 기록한 ‘롯데’였다. ‘SPC삼립’(22건), ‘오뚜기’(9건), ‘농심’(5건), ‘크라운’(3건) 등의 순이다. 식품 위생에 앞장서야 할 대기업에서 식품 위생 문제가 빈번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위반 업체 대다수가 해썹 인증마크를 계속 달고 있다는 것이다. 해썹을 관리하는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현재 원료관리, 용수관리, 작업장 위생관리 등 안전조항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은 업체를 상대로 해썹인증을 즉시 취소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인증이 취소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물검출 및 표시기준위반은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조건에 해당하지 않아 대부분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부과’ 등 솜방망이 처벌 수준에 그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5년 평균 363곳 이상의 인증 사업장이 식품위생법을 위반하고 있지만, 실제로 인증이 취소되는 곳은 40여 곳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모든 식품의 해썹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 식품위생법 위반업체들이 나오는 만큼 그 취지가 퇴색되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기업과 정부의 인증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위반업체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아서 위반 사례가 계속 나온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섭취할 수 있도록 인증 업체들이 필요한 시설과 설비 및 시스템을 개선하고, 철저한 사전·사후관리가 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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