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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장 리뷰] 대한민국은 왜 ‘슈퍼카의 천국’이 됐을까?

부자들의 꼼수 탈세 수단으로 악용…연두색 번호판 오히려 특권의식 부추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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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3년 전에 작고한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자동차 애호가’로 유명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갑부인 그가 자동차를 몇 대를 구입하건 개인의 사생활이지만 이건희 회장은 억대 수입차만 124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언론사가 국토교통부의 ‘1억원 이상 수입 자동차’ 자료를 입수해 이 회장이 보유한 차량 목록을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명의로 등록된 1억원 이상 수입 자동차는 KTX보다 빠른 슈퍼카를 비롯, 무려 124대다. 차량 가액을 합치면 약 447억 2482만원에 달한다.


이 회장이 보유한 차량 가운데 가장 비싼 차종은 '부가티 베이론(9SA15)’으로 국토부에 등록한 금액은 26억6337만원에 달한다. ‘부가티 베이론’은 독일 폭스바겐에 인수된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전문생산업체 부가티가 생산한 차다. 이 슈퍼카는 최대 출력 1200마력에 최고 시속 431㎞를 자랑한다. KTX보다 100km 이상 빠르다.


두 번째 고가 차량은 ‘포르쉐 918 스파이더’로 12억3400만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이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카 중 하나로 알려진 ‘SSC 얼티밋 에어로(Ultimate Aero) TT’를 7억6000여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SSC 얼티밋 에어로 TT’는 미국의 수퍼카 생산업체 SSC(셸비 수퍼카)가 생산한 자동차다. ‘부가티 베이론’과 기네스북의 자동차 세계 최고 속도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또 람보르기니의 ‘무르시엘라고 LP670-4’ ‘아벤타도르 LP700-4’ ‘가야드로 LP560-4 스파이더’ 모델을 보유했다. 영국의 슈퍼카 애스턴마틴 ‘DBS’ 모델은 두 대, 독일 아우디의 슈퍼카 ‘R8’은 5대를 갖고 있다. 이 회장이 보유한 1억원 이상 자동차 가운데 가장 싼 차는 일본 닛산의 ‘GT-R R35’로 등록금액은 1억454만원이다.

 


 

최근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은 시가 3억원이 넘는 포르쉐 911 타르가를 업무용으로 리스해 1억916만원 상당을 회삿돈으로 지급토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이 외에도 테슬라 모델X, 페라리 488 피스타, 포르쉐 타이칸, 레인지로버의 구입·리스 비용 10억원을 회사에 부담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조 회장은 이 같이 구입한 법인차로 배우자의 개인 일정이나 자녀 학교·학원 통학 등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 탈세 혐의로 국세청에 적발된 한 사업가도 고가 수입차 6대를 회사 명의로 보유했다. 이 사업가는 본인과 배우자, 대학생 자녀 2명의 자가용으로 사용한 혐의로 세무조사도 받았다. 이 가족을 포함해 당시 집중 세무조사 대상으로 오른 24명 중 9명은 법인 명의로 총 41대, 102억원 상당의 슈퍼카를 굴리고 있었다.

 

 

국내 슈퍼카 10대 중 8대는 법인차

슈퍼카는 스포츠카 중에서 성능이 일반 스포츠카 이상으로 뛰어난 차들을 일컫는다. 금액으로 치면 최소 2억 이상을 넘어가는 차량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람보르기니, 페라리, 포르쉐, 맥라렌, 애스턴마틴, 마세라티 등의 차들이 슈퍼카에 속한다. 벤츠나 BMW에도 슈퍼카에 준하는 차들이 있지만 고성능 스포츠카라고 부르지 슈퍼카라고 부르진 않는다. 슈퍼카만의 별도의 시장이 있는 것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법인차 운행차량 현황 분석 결과 국내에서 운행 중인 슈퍼카 4192대 중 3159대(75.3%)가 법인 등록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카의 10대 중 8대가 법인 차량인 셈이다. 도로에서 요란한 굉음을 내고 다니는 슈퍼카 대부분은 법인차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슈퍼카의 대표격인 람보르기니는 1689대 중 1037대(80.7%)가 법인차였다. 이어 페라리는 2099대 중 1475대(70.3%), 맥라렌은 395대 중 313대(79.2%)가 법인 소유였다.

 

수입차의 법인 차량 구매 비율

 

고가 법인차의 신규 등록 대수는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도별 신규 등록 대수(1분기 기준)는 ▲2019년 981대 ▲2020년 1976대 ▲2021년 2107대 ▲2022년 4439대 ▲2023년 4803대 등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8~2022년)간 법인차 신규 등록 대수는 연평균 2.4%씩 증가했다. 취득가액이 1억~4억원 이하인 차량 중 71.3%가 법인차였다. 4억원 초과 차량의 법인차 비중은 88.4%로 더욱 많다.

 

우리나라에서 슈퍼카는 얼마나 잘 팔릴까?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포르쉐 차량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국내에서 2966대가 판매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2405대) 대비 23.3% 증가한 수치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놀라운 것은 포르쉐의 시장 점유율이다. 올 들어 포르쉐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전체 차량의 4.81%에 달한다. 이는 전체 수입차 브랜드 중 6위로 슈퍼카치곤 꽤 높은 점유율이다. 포르쉐는 비수기로 여겨지는 지난 2월에 월간 최다인 1123대를 팔았다. 올해 1분기에만 2966대가 팔렸다. 9 한국 법인 설립 때보다 4 이상으로 늘었다. 포르쉐는 지난 한해 판매량이 8964대로 역대 최고로 많이 팔렸는데, 올해는 1 돌파가 예상된다고 한다.

 

 

비싸기로 유명한 벤틀리는 지난해 국내에서 775대나 팔렸다. 이는 전년 대비 53.2% 증가한 수치로 2006년 한국 진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일본(644대)을 제치고 아·태 지역에서 벤틀리가 가장 많이 팔린 국가에 올라섰다.

 

인구 대비로 봤을 때 한국은 어떤 시장이든지 점유율 1% 안팎의 조그만 시장이다. 잘 나간다는 IT 시장에서도 전 세계 점유율 대비 3%를 넘기 힘들다. 하지만 자동차만은 예외다. 슈퍼카가 이렇게 잘 팔리다 보니 슈퍼카 브랜드 기업 회장들이 잇따라 한국을 방한하고 있다. 최근 존 엘칸 스텔란티스·페라리 회장이 방한했고, 애드리안 홀마크 벤틀리 회장과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롤스로이스모터카 CEO도 각각 한국을 찾았다.

 

슈퍼카는 법인 탈세 위한 합법적 수단

이처럼 고가 수입차에 유독 법인차가 많은 이유는 세제 혜택 때문이다. 정부는 법인이 구매·리스한 업무용 차량에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해 면죄부를 주었다.

 

현행법상 차량 감각상각비는 연간 최대 800만원, 차량유지비는 최대 1500만원까지 경비로 인정된다. 운행기록부를 작성할 경우 경비를 한도 없이 추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억5000만원짜리 슈퍼카를 구입하면 10년 정도면 차량 구입비를 모두 경비로 처리할 수 있는 셈이다. 탈세를 위한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는 수억 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구입한 후 수시로 바꾸는 것이다. 차량을 법인 명의로 사고, 중고차로 매도해서 세금을 줄이는데 활용하는 것이다.

 

법인이 차량 리스 등을 이용하는 이유는 월 납입금, 이자비, 유류비, 보험료 등을 사업비(경비)로 처리할 수 있어서다. 각종 세금 혜택을 받는 탓에 1인 회사를 설립해 개인이 고가의 법인차를 타고 다니는 사례가 적지 않다.

 

국토부는 고가 법인차 사적유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인차 전용번호판 도입을 추진 중이다. 법인차가 '꼼수 탈세' 대상으로 악용되는 사례들이 늘자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법인차 번호판을 연두색으로 바꾸겠다는 공약까지 발표했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신규 등록하는 법인차에 연두색 바탕의 전용 번호판을 부착하겠다는 방침이다.

 

연두색 번호판이 법인차 구매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사진=국토부)

 

연두색 번호판 부착에 대해 한국갤럽이 지난해 8월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3.9%가 법인차 전용 번호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단순히 법인차 전용번호판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법인차 사적유용을 막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적 규제가 뒷받침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역으로 연두색 번호판이 특권층만 누리는 새로운 영역이 될 것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연두색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것이야말로 “난 너네들과 달라”라는 특권 의식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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