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리뷰] 여수의 진미 통장어탕을 맛보지 않고서는 여수를 논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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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여수를 1박2일로 다녀왔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여수에서 자랐으니 여수 토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부모님이 여수를 떠나 서울 근교로 올라오신 이후로는 거의 30년 동안 여수에 내려간 적이 손에 꼽힌다.
여수 엑스포가 열린 그 다음 해인 2013년에 아들들 여수 구경시켜 준다고 갔다 온 게 마지막이니 10년은 훌쩍 지났다. 그동안 여수는 엄청나게 변해 있었다. 다 장범준 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수 엑스포로 인해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광주를 거쳐서 내려가야 했던 남해고속도로가 아닌 전주와 남원, 순천, 광양을 거쳐 여수로 오는 고속도로가 뚫리고 KTX도 여수까지 개통된 탓도 있지만 장범준 여수 밤바다 노래가 MZ세대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같은 전라남도에서 비슷한 도시인 목포와 비교해 봤을 때도 목포는 어르신들이 주로 관광을 오는 반면, 여수는 젊은이들이 주류를 이룬다. 실제로 젊은이들의 성지 낭만포차 거리에 가면 장범준이 찾았다는 가게들이 크게 간판을 달고 성업 중이다.
여수 밤바다에 나오는 밤바다가 만성리 해수욕장의 밤바다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별로 없지만 돌산대교 아래 장군섬이 보이는 횟집에서 친구들과 소주를 한 잔 하고 그 다음날 아침 무엇을 먹을까 하다가 생각해 낸 게 바로 장어탕이다.
여수는 뭐니 해도 항구다 보니 항구 주변에 모든 상권이 몰려 있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주로 여수 구항 주변에 맛집들이 많다. 이순신 광장 주변에 좌수영 음식문화거리가 있고,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주변과 여수 교동시장 근처에 먹을 게 많다.
우리는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 바로 옆 장어탕 골목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의 전부 장터탕을 간판으로 내걸었다. 40년 이상된 식당들이라 어딜 가도 크게 후회될 일은 없다. 우린 그 중에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이름은 살짝 촌스럽다. 고향맛집. 하지만 맛은 촌스럽지 않았다.
장어탕은 여수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음식이다. 여수 하면 흔히 돌게장 백반을 떠올리지만 게장이야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만 장어탕은 다르다. 간혹 여수 아닌 다른 곳에서도 장어탕 간판을 볼 수 있긴 한데 맛이 여수에서 먹는 맛과는 확연히 다르다. 장어탕의 원조는 바로 여수다. 가수 성시경의 유튜브 먹을텐데에서도 여수에 내려와 아침 해장국으로 장어탕을 소개하기도 했다.
여수 장어탕은 갯장어나 민물장어가 아닌 붕장어다. 섬 주변 연안에서 흔하게 잡히는 바닷장어를 붕장어라고 부른다. 사시사철 잡히다 보니 귀한 줄 모르고 늘 먹을 수 있는 그런 음식이다. 다른 장어는 계절에 따라 맛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붕장어는 맛의 변화가 거의 없다.
붕장어는 장어탕이나 구이용으로 많이 쓰이는데, 구이에 쓰는 장어는 붕장어를 꾸덕꾸덕하게 말려서 쓴다. 장어탕은 손질한 장어를 통째로 토막내서 끓이는 통장어탕과 추어탕처럼 갈아서 끓이는 그냥 장어탕으로 구분된다. 여수에서는 국동과 교동 장어탕 골목에서 주로 통장어탕을 내놓고 있다.
통장어탕 국물은 아침 해장으로 손색이 없다. 장어가 기름기가 많은 까닭에 노란 기름이 동동 뜬 국물은 진하고 고소하다. 된장과 들깨가 들어가서 더 고소하다. 뼈를 발라낸 살점은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게 씹힌다. 장어를 통째로 썰어 배추 우거지와 숙주, 고사리 등을 넣고 푹 끓여 보양식으로 으뜸이다. 술 먹은 다음 날 해장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술을 못 마시는 분들도 따뜻하게 몸을 녹이고 싶거나 기운이 없는 날 먹으면 딱이다.
통장어탕에 들어가는 붕장어의 진가는 옛 문헌에도 나와 있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붕장어는 영양실조와 허약체질에 좋고 각종 상처를 치료하는 데도 효력이 있다'고 적고 있다. 또한 '붕장어는 맛이 있고 정력에 좋다'는 기록이 정약전의<자산어보>에도 기록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여수에 갈 일이 있다면 힘이 펄펄 넘치는 붕장어요리 여수 통장어탕을 드셔보길 추천한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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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1
곰돌이아빠I리뷰어님의 댓글
역시 여수는 장어탕, 서대구이, 그리고 게장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