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리뷰] 엄마 세대 여성의 굴곡진 삶 그려낸 ‘폭싹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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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 금요일 첫 시리즈 4편이 공개됐다. 이미 예고편에서 주인공 아이유와 박보검의 출연으로 화제가 됐던 터라 기대감이 폭발해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1위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전 세계 TV쇼 부문 10위권 내로 냉큼 올라탔다. 나도 주말을 이용해 4편을 한꺼번에 정주행을 했다.
나머지 12편이 어떻게 전개될 지 아직 모르지만, 첫 4편(봄)의 소감은 대작이 될 것 같은 기대감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보는 동안 내내 눈물을 훔쳤다. 그 눈물은 갱년기 남편의 감수성 때문이 아닌, 작년에 하늘로 올라간 엄마와 많은 부분에서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드라마의 주요 배경이 1960년대 초반인데, 46년생이었던 엄마의 일생과 너무도 닮아 있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을 붉혔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도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여성의 서사를 통해 우리네 엄마를 사계절로 표현할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사계절 중 겨우 봄만 봤을 뿐인데 나머지 여름과 가을, 겨울엔 또 어떤 눈물샘을 자극할는지 가늠이 안 된다.
원래 총 16편까지 전부 보고 써야 리뷰가 되겠지만 이미 일부만 본 것으로도 충분히 심금을 울렸기에 섣부른 리뷰를 써본다. 대작이라는 표현을 쓴 또다른 이유는 한국 최고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느낌이다. 아이유와 박보검을 비롯해 김용림, 나문희, 염혜란, 오정세, 엄지원 같은 주연급 배우들이 조연을 자처해 연기를 선보인다.
평소에 내 아들들한테 장난삼아 이런 며느리였으면 좋겠다고 한 아이유의 1인 2역(애순이와 애순이 딸) 연기가 볼만하다. 애순이밖에 모르는 관식이를 연기한 박보검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두 주인공보다 더 빛났던 건 애순이 엄마 역할로 나온 염혜란과 애순이의 아역을 연기한 김태원에 빠져든다.
경성크리처라는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주인공 한소희의 아역으로 출연한 김태원은 어린 외모에서도 아이유와 쏙 빼닮아 눈길을 끈다. 이대로 크면 정말 아이유가 될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애순이의 수식어 요망진 반항아를 잘 그려냈다. 그리고 염혜란은 억척스럽게 가족을 돌보는 애순이 엄마로 출연해 눈물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가난하고 어려웠던 60~70년대에 누구나 치열한 삶을 살아왔겠지만 애순이 엄마 광례는 한량인 서방과 재혼하면서 삶의 고단함을 혼자서 다 안고 살아온 우리 시대 엄마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내 엄마의 삶이 그리 했듯이.
시험만 쳤다하면 100점을 맞고, 시도 잘 쓰고, 표를 더 많이 받고도 부반장에 머물러야 했던 애순이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항상 육지행을 꿈꿨다. 뭍으로 나가 대학 국문학과에 들어갈 것이고 유치환의 시 청마에 나오는 노스텔지어를 아는 남자를 만날 거라고 큰소리를 쳐대지만 세상에 기댈 곳이라고는 관식이밖에 없어 결국 제주도에 주저앉고 만다. 대학을 보내주겠다던 새 아버지도, 공부를 시켜주겠다던 관식이도, 출세를 꿈꾸며 선봐서 만난 선장 아저씨의 사탕발림도 뒤로 하고 흔한 시집살이 여성의 삶을 선택한다.
이 드라마의 영어 제목은 ‘인생이 당신에게 귤을 준다면(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이라고 한다. 미국 철학자 엘버트 허버드가 했던 명언 “삶이 신 레몬을 건네면 달콤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는 것과 닮아 있다. 즉, 인생이 떪은 귤을 던지더라도 그걸로 귤청을 만들어서 따뜻한 귤차를 만들어 먹으라는, 나쁜 상황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라는 의미와 함께 견디기 힘든 역경과 고난조차도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단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김원석 PD는 "처음부터 조부모님과 부모님 세대에 대한 헌사이자 자녀 세대에 대한 응원가로 기획한 작품으로 세대, 성별 등 사람들 사이의 벽이 높아지고 있는데 '폭싹 속았수다'를 통해 그 벽이 조금이나마 허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다. 아직 결론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드라마는 드라마고, 현실은 현실일 뿐이 아닐까 싶다. 이미 경험한 세대로서 그 벽은 여전히 공고하니깐.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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