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내 자식이라면? 불편한 질문 던진 《보통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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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어땠을까? 내 자식이 저랬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결국 얻질 못했다. 어쩌면 ‘해답’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공염불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론과 현실, 상식과 비상식의 경계에서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한 결과론적인 모습은 어느 것 하나 명료하지 않은 혼돈 그 자체다.
영화 <보통의 가족>에는 두 가족이 나온다. 변호사 재완(설경구) 가족과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 가족이다. 형인 재완과 동생인 재규는 형제지간이다. 재완은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서슴지 않는 변호사에 재혼해 어린 아기를 키우면서 가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두번째 아내 지수(수현)가 있다. 재규는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자상한 의사로 나오는데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이자 자녀 교육과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간병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연경(김희애)을 아내로 두고 있다.
이 두 가족은 겉으로 보기엔 정말 평범하면서도 보통의 가족 그 자체다.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지고 있는 탓에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여느 가정에서나 있을 법한 흔한 일상이 이어진다. 문제는 이 두 가족에 있는 자녀들에서 발생한다. 둘 다 고등학생인 형의 딸과 동생의 아들은 취중에 노숙자를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하는데 이 CCTV 영상을 보고 난 후 현실 속 자녀들의 비인간적인 모습에서 상황은 돌변하게 된다.
이 영화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Herman Koch)의 소설 디너(The Dinner)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두 쌍의 부부가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난 저녁 식사를 하는데 그들의 대화는 점점 본질을 벗어나, 자신들의 자녀가 저지른 충격적인 범죄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도덕적 논쟁으로 치닫는다는 게 원작의 스토리다.
이 영화를 보며 ‘가족’이라는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된다. 자녀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감싸고 보듬어주는 게 부모의 본능이자 역할일진데 과연 살인이라는 범죄까지도 덮어줄 수 있을까? 급기야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하나뿐인 혈육인 형을 차로 치어 입을 막으려 한다. 고통스럽지만 선택할 수밖에 없는 갈림길에서 누구나 같은 상황이 된다면 비슷한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내 가족’으로 생각의 일부분을 대입시켜보게 된다. 어느 가족에게나 ‘또라이’가 있고 그 또라이가 삶의 많은 부분을 바꾸게 된다는 것을. 그게 조직의 법칙이다. 가족도 조직의 일부분이니깐. 그래서 모든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 들여다보면 비극이다. 내가 태어난 것도 내 맘과는 상관없이 결정됐듯이 몇 안되는 형제들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내가 낳은 내 자식들마저도 부모 맘처럼 되지 않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보통의 가족’으로 사는 건 매우 어렵다. 어찌 보면 모든 가족이 참 ‘특별’하다. 무탈한 가족은 이 세상 천지에 하나도 없다. 집집마다 형편이 다르고 사람마다 욕망도 신념도 가치관도 다르니 ‘보통의 가족’처럼 사는 건 무모한 도전이자 불가능한 과제일지도 모른다. 보통의 가족을 꿈꾸는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난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되묻는다. 가족이 아니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다. 가족이기에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난 무엇을 지켜내고 어디까지 침묵할 수 있을까? 난 내 아이에게 과연 돌을 던질 수 있을까?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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