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리뷰] 홍콩에서 등산하기? 홍콩 '드래곤스 백' 트레킹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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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반환되고는 예전의 화려한 명성이 조금은 빛바랜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홍콩하면 화려한 야경, 쇼핑, 그리고 미식의 도시로 유명합니다. 매일 저녁 펼쳐지는 화려한 야경쇼, 하늘 높이 솟아오른 빌딩들과 반짝이는 불빛들이 밤의 풍경을 장식하는 모습을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많은 이들은 이러한 홍콩의 화려함을 좋아하지만, 홍콩은 알고보면 전체 국토의 약 80%가 산으로 이뤄진 산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트램을 타고 오르는 피크나 케이블카를 타고, 엄청나게 큰 대불을 만나는 란타우섬의 옹핑을 보면 생각보다 상당히 산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어쩌면 산을 품고, 그 산 사이의 작은 공간을 최대치로 써먹고 있는 곳이 바로 홍콩입니다.
홍콩 전자전 출장 중에 약간 시간을 내어 홍콩 남부의 자연을 만나고 걸었습니다. 이름도 멋진데 바로 드래곤스 백(Dragons's Back)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공룡능선쯤 될까요? 지하철과 버스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난이도도 그리 높지 않아 인왕산이나 아차산 정도의 트레킹 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바닷가 섬에 자리 잡은 곳이라, 보이는 풍광은 정말 대단합니다.
이 드래곤스 백은 지난 2010년 타임지에서 아시아 최고의 트레킹 코스로 선정되는 영광을 껴안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실 가보니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용의 등처럼 구불구불한 산길 모양이라고 하는데 딱히 그런 느낌도 크지는 않았고, 어렵지 않게 오르고 멋진 풍광을 볼 수 있는 반나절 트래킹 코스로 이만한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공룡능선이라는 드래곤스 백이라는 느낌은 조금 과한 느낌이 듭니다.
먼저 드래곤스 백을 가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합니다. Shau Kei Wan에서 내려서 A2 출구로 가면 버스 정류장이 있습니다. 지하철역에 편의점과 몇 가지 간식 & 먹거리를 파는 매장이 있으니 미리 미리 준비합니다. 저는 물 한 통, 이온 음료 그리고 주먹밥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본디 계획했던 것이 아니라 흔히 말하는 츄리닝에 운동화 그리고 노트북 백팩으로 어설프게 가기는 했는데 마음에 두고 오셨다면 미리 미리 준비해서 가시면 더 좋을 듯 합니다.
버스 정류장은 거의 어지간한 환승센터 수준이었습니다. 여기서 제가 탈 버스는 9번이고 타는 곳 K에서 기다리시면 버스가 들어옵니다. 참고로 홍콩버스는 현금을 받지 않으니까 꼭 옥토퍼스카드나 신용카드 가운데 해외 교통기능이 있는, 그러니까 와이파이가 누워있는 모양의 카드를 준비해야 합니다. 한 10분 정도 기다리니 버스가 왔고, 앞으로 타고 탈 때 카드 한 번 찍고 내릴 때는 안 찍습니다. 한 15분 정도 산길을, 보다 정확히는 산 허리길을 갑니다. 출발 정류장이 1번이고 목적지가 12번 정류장인데, 아침 일찍이라 그런지 금방 도착했습니다.
몇 분 같이 내렸는데 정작 등산하면서는 한 분도 못 만났습니다. 누가봐도 등산로 입구이고, 여기에 간이 화장실도 있습니다. 상태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수세식은 아닙니다.
지도와 안내도가 고도까지 잘 표시되어 있어 좋습니다. 주로 돌 계단으로 되어 있고 운동화로도 충분한 수준입니다. 다만 4월 중순의 아침 7시인데 벌써 온도가 30도가 훌쩍 넘습니다. 참고로 홍콩에서 등산하기 좋을 때는 12월에서 3월 정도까지라고 합니다. 4월만되도 본격적인 등산을 하기에는 너무 더운 듯...다행히 아직 습도가 높지 않아 아주 덥지는 않았습니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니 당연히 점점 풍광은 좋아집니다. 한자와 영어로 된 안내판이 곳곳에 있습니다.
한 10분 오르니 첫번째 전망대가 나옵니다. 어째 우리랑 비슷한 생김새네요.전망대에서 보이는 곳이 홍콩의 부자동네이자 은퇴자나 외국인이 많이 산다는 스탠리입니다. 제가 처음에 갔을 때는 그 가치를 몰랐는데, 두 번, 세 번 가다보니 정말로 좋아진 곳이 바로 스탠리입니다. 여기가면 정말 조용한 느낌이 강한데 이 스탠리를 건너편에서 보는 맛도 좋군요. 여기서 보면 홍콩은 완전히 산악 & 해양도시입니다. 만 깊숙히 부의 상징 요트들도 보이구요.
오솔길을 조금 따라가다보면 분기점이 나오고 트래킹길과 드래곤스백으로 오르는 길이 갈라집니다. 여기에 작은 쉼터가 있습니다. 참고로 이 트래킹길을 그대로 가면 거의 둘레길 수준이고 어차피 드래곤스백을 올랐다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산악 자전거도 충분히 지나갈 수준으로 넓고 편한 길입니다. 여기서 드래곤스백 표지판을 보고 오르기 시작합니다.
조금만 더 오르면 이제 본격적으로, 홍콩판 공룡능선이라 할 수 있는 드래곤스 백 능선을 만납니다. 여기서부터는 풍광이 좋은 정도가 아니라 빵빵 터집니다. 풍경 좋은 곳에 있다는 골프장에 이따가 가볼 석오라는 해변마을이 환상적인 경치를 보여줍니다. 능선에서 진하게 보이는 등로로 이동하면 되는데 자꾸 반대쪽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에는 길을 막아둔 듯 보이는데 등산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 아마도 산악 자전거 등을 막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등로가 가파르니 주의하라는 문구도 몇 번 보이구요. 인왕산이나 아차산 수준의 어렵지 않은 등로가 선명하고 암릉지대입니다. 빤히 보이는 길이지만 워낙 풍광이 좋아서 쉽게 속도가 나지 않기도 하고, 이 길로 올라도 되나 싶어서 몇 번이고 이리 저리 올랐다 내렸다 하다보니 정상까지 왕복하는데 20분 정도 걸렸네요.
정상으로 추정되는 곳에는 정상석 대신 정상표지가 있습니다. 홍콩 행정기관에서 세운 것은 분명한데 딱히 이름을 알만한 것은 없네요. 이곳에서 보니 왜 공룡등뼈라고 이름을 붙였나 싶게 제법 능선이 멋지게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 길이 아시아 최고의 트래킹코스라는 건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너무 순한맛이에요.
다시 능선의 뷰 포인트까지 내려선 다음 이제 쉬운 능선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워낙 등로가 잘 되어 있어 트레일러닝으로도 좋을 듯 한 코스입니다. 실제로 유투브를 찾아보면 홍콩 현지인은 물론 한국인들도 트레일러닝을 많이들 하십니다.
이제 Tai Tam Gap쪽으로 이동합니다. 능선이 그렇듯 몇 번인가 작은 오르내림이 반복됩니다. 워낙 편하기도 하고, 크게 복잡하거나 어려울 것이 없어 쉽게 정상에 오릅니다. 해발 284m 정상입니다. 거의 아차산이나 인왕산 높이네요.
바다에서 오르는 산이 그렇듯,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환상적입니다. 다만 아침에 날씨가 아주 좋지는 않아서 약간 뿌옇게 보이기는 합니다. 정상치고는 소박한데 그래도 정상이니 인증샷 한 장 찍습니다. 온도가 32도라 땡볕에 쉴 곳도 없어서 얼른 이동합니다.
조금 이동하니 이번에는 전망대에 벤치가 있습니다. 이 벤치에 앉아서 준비했던 이온음료에 주먹밥 하나를 먹는데 정말 최고의 경치에 최고의 식사였습니다. 해외에서 등산하면서 밥을 먹을 줄은 생각도 못해봤는데 그것도 홍콩에서 이뤄보다니...
워낙 날씨가 더워서 우리처럼 컵라면은 필요없을 듯 합니다만 좋아하시는 분들이시라면 준비하셔도 좋을 듯 합니다. 전망대에는 안내도도 있어서 쉽게 이해가 됩니다. 이것도 어째 우리랑 비슷한 것 같아요.
몇 번인가 오르내림을 반복한 다음, 앞서 만났던 둘레길과 만나게 됩니다. 여기까지도 어렵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완전히 둘레길이고, 산악자전거도 다니는 길입니다. 포장만 안했지 거의 아차산 망우산 포장도로 수준입니다. 사실 좀 지겹기는 했습니다. 풍광도 없고... 대신 그늘이라 아주 시원해서 좋았습니다. 거의 4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이런 길을 계속 걷습니다. 중간쯤 도로보수 하시는 분도 만났고 반대쪽에서 오르시는 분도 몇 분 만났습니다.
이런 저런 표지판을 보다보니 거의 길이 끝납니다. 이제 Tai Tam Gap이라는 곳과 Big Wave Bay로 길이 나뉩니다. 짧게 가려면 Tai Tam Gap으로 가고, 이런 길을 조금 더 걸으면서 바다를 보려면 Big Wave Bay로 가면 됩니다. Big Wave Bay는 이름처럼 이곳은 서퍼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오늘 날씨면 해수욕 쌉 가능입니다. 저는 그냥 Tai Tam Gap으로 갑니다.
이곳에서 다시 한 번 화장실도 만납니다. 날머리라는 소리죠. 깊은 산속에 뭔가 제법 웅장한 시설이 있어 보니 세상에 교도소네요. 교도소치고는 너무 멋진 곳에 있는 거 아닌가 싶은데요 ㅎㅎㅎ
여기서 마지막으로 급한 계단으로 내려서면 Cape Collion 이라는 정류장이고 공원 표지판도 보입니다. 여기까지 오면 다 온 것이고 트레킹은 끝입니다. 난이도도 낮고 따로 특별한 준비없이 해외에서 이 정도 등산이나 트래킹 코스를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워낙 경치가 좋아서 저는 정말 만족했습니다. 일부 여행사에서 7-8만원씩 받고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던데 굳이 그런 프로그램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홍콩 가시는 분들이시라면 반나절 투어로 적극 추천합니다. 물만 잘 준비하시면 충분합니다.
<bear06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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