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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리뷰] 야생화의 천국 '두문동재-검룡소 트래킹'에서 알게 된 급조된 전설

지금껏 알려진 검룡소 이야기는 모두 만들어낸 거짓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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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타임스=곰돌이아빠기자] 더운 여름이라도 산꾼들은 등산을 계속합니다만, 더울 때 등산은 힘듭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쉬운 코스를 가거나, 계곡트래킹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코스 가운데 높은 곳에서 시작해서 편안한 길을 걷는 이른바 고산 트래킹도 참 인기 있습니다.

 

이런 숲길 가운데 하나가 태백산에서 시작하는 두문동재-검룡소코스입니다. 이 코스는 2년전에 여행사를 통해 한 번 다녀온 코스입니다. 여행사를 통해 가면 가이드를 통해 편하게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방면, 당시 가이드가 무슨 급한 일이 있었는지 급하게 서두르는 바람에 대충 보고 내려와 아쉬움이 가득했던 산행지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름에 한 번 가야지 했었는데 이번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이 코스는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른 약 11-12Km 거리의 산행지입니다. 차량으로 두 코스를 이동하는데만도 약 30분 정도가 걸릴 정도로 제법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원점산행이 힘들고, 대중교통이 전혀 없어, 산행을 끝내고 택시를 이용해야만하는데 비용 부담이 상당한 편입니다. 관광버스로 이 코스를 등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지인과 함께 날머리인 검룡소에서 만난 다음, 차 한 대로 들머리인 두문동재로 이동해서 산행을 시작하고, 다시 날머리에서 차량으로 들머리로 이동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무사히 산행을 끝냈습니다.

이 코스는 태백산에 속하며, 매년 5월 개장해 하루 탐방 인원을 제한합니다. 그래서 반드시 국립공원 홈페이지에서 미리 사전예약을 하셔야 산행을 하실 수 있습니다.

20~30종의 야생화가 만발한 꽃길로 이어지며, 두문동재에서 시작하면 은근한 내리막이라 난이도 자체는 크게 힘들지 않습니다. 다만 숲길을 약 11-12Km 정도 걷는 나름 중장거리 코스라는 점이 특징입니다. 태백산 백두대간 두문동재 정상에서 출발해 금대봉 정상을 오른 다음, 우암산, 고목나무샘을 거쳐 분주령으로 내려섭니다.

그 다음 야생화가 가장 많은 대덕산을 한 번 오르고 검룡소까지 내려섭니다. 화려한 볼거리나 멋진 뷰가 아닌 야생화처럼 소박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코스로 요모조모 볼거리도 많고 코스마다 개성이 많아 재미있게 다녀오실 수 있는 코스입니다. 6, 7월에 다녀오시면 참 좋을 숲길 코스입니다. 

 

 

들머리인 두문동재입니다. 녜 한번쯤 들어보신 두문불출의 어원이 되는 바로 그곳입니다. 그 정도로 첩첩산중이고, 들머리 고도가 이미 1.300m로 매우 높습니다. 한 여름인데도 살짝 시원함이 느껴지네요.

 

 

약 500m만 걸으면 금대봉입니다. 1400m가 넘지만 워낙 높은 곳에서 살짝 올라서 크게 어렵지 않게 오릅니다. 정상석도 아담한데 이날 날씨가 흐려서 전혀 조망이 없었습니다. 올라온 길로 그대로 내려옵니다.

 

 

여기서부터 왼쪽 오른쪽 숲길 옆으로 은근히 야생화가 많습니다. 야생화라는게 화려하지도 않고, 화원처럼 가꾼 것이 아니라 듬성 듬성 보입니다. 뭐랄까 수수한 느낌이라 발걸음 속도를 낮춰야 제대로 보입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마다 야생화가 가득합니다.

 

 

그 가운데는 이렇게 제법 탐스러운 야생화도 보입니다.

 

 

 

 

이 코스는 거의 전체가 숲길이며 날것 그대로인데 거의 유일하게 데크로 되어 있는 곳이 나오면서 감탄사를 자아냅니다. 조망이 거의 유일하게 보이는 곳이죠. 저 뒤에 보이는 산이 스키장으로도 유명한 발왕산입니다. 참고로 발왕산은 쉽게 케이블카로도 오를 수 있습니다.

 

 

데크를 내려서면 작은 샘물이 보입니다. 학자에 따라서는 이 샘물이 진짜 한강의 발원지라고도 하는데, 이곳이 고목나무샘이라는 곳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샘물이 정말 찹니다. 더위가 싹 가시네요. 이 물이 땅으로 스며들어 검룡소로 이어집니다.

 

 

여기서부터는 야생화 천국이 아닌 원시림 천국이에요. 일본잎갈나무라고 하던데 엄청난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숲길로 작은 오르막 내리막을 몇 번 지납니다.

 

 

사람들이 웅성웅성합니다. 분주령이라는 곳으로 일종의 쉼터 역할을 합니다. 여기서 식사 하시는 분들도 참 많습니다. 저희도 과일과 떡을 먹으며 에너지를 보충했습니다. 이제 이 코스에서 제일 힘든 대덕산을 올라야 하거든요.

 

 

약 1.5Km 정도, 고도로는 300m  정도를 어렵지 않게 오릅니다. 험한 산길이라기 보다는 숲길 느낌입니다. 여기서부터는 산안개가 심해지네요.

 

 

두번째 봉우리인 대덕산입니다. 참 정상석이 아담하니 보기 좋네요. 여기가 어찌나 시원한 바람이 불던지 내려오기기 싫을 정도였습니다.

 

 

내려오며 다시 한 번 조망이 있어 사진을 찍어 봅니다. 함백산 등 높은 산이 가득 가득합니다. 말 그대로 첩첩산중이죠.

 

 

사진을 잔뜩 찍었는데 날이 흐려 제대로 찍힌 것이 몇 장 없지만 대덕봉은 진정한 야생화 천국입니다. 꽃 좋아하시는 분들은 여기서 한참 머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길이 한결 넓어집니다. 3Km 정도 내려가면 검룡소입니다. 편한 숲길에 오늘 처음으로 물소리가 들려 시원함을 더합니다.

 

 

다시 0.6Km를 걸으면 검룡소입니다. 검룡소는 아마 한 번쯤은 들어보셨죠? 한강의 발원지라고 합니다. 신비한 분위기에 이끼까지 더해서 무슨 전설이 가득할 것 같은 곳이죠.

 

한강 발원지이기도 하고, 하루 2천톤의 물이 나옵니다. 매년 8월에는 한강 발원제도 열린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는 팩트죠.

 

그런데 안내판에는 검룡이 용이 되지 못하고 이무기가 되었고 어쩌고 저쩌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검룡소라는 이름은 무려 1984년에 새로 지어진 이름입니다. 향토사학자 김강산님이 지은 이름으로 당시에는 물구뎅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이무기는 없었구요. 

 

한강 발원지는 한 곳이 아닌데 오대산 우통수, 그리고 금대봉 물구뎅이를 비교하니 금대봉 물구뎅이쪽이 좀 더 길었다고 합니다. 약 32Km정도. 일주일 정도 샘에 쌓인 흙을 퍼내고, 이름을 금용소라고 지었다고 합니다. 금대봉도 금이고, 마침 자기 성씨고 김씨니 금으로 지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근처사는 노인이 마침 경상도 분이라 금용소를 검용소로 부리기에 내친김에 단군왕검을 상징하는 검과 용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1984년 국토지리정보원이 실측을 통해 한강 발원지로 공인했고 이름도 검룡소로 정하고 큰 비석도 만들었습니다. 그 다음은 이야기가 살이 붙었고 MSG가 더해져서 이무기니 뭐니...

 

그냥 태백시가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만든 스토리 텔링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한강 발원지가 아닌 것은 아니니까요.

 

암튼 더운 여름에 시원하게 다녀오시기 좋습니다. 코스가 좀 길다고 느껴지시면 검룡소에서 시작해서 대덕산만 오르셔도 충분히 만족하실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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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7

수시로I리뷰어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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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I리뷰어
2023-07-10 09:59
해가 없어서 등산하기 좋으셨을 듯.. ^^

곰돌이아빠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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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아빠I리뷰어
2023-07-10 14:13
조망은 없었지만 여름 등산치고는 시원하게 잘 다녀왔습니다.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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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선I기자
2023-07-10 12:17
검룡소에 그런 숨겨진 얘기가 있었다니...ㅎㅎ

곰돌이아빠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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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아빠I리뷰어
2023-07-10 14:14
MSG를 너무 듬뿍 쳤더라구요. 적어도 조선시대는 된 이름인줄 알았는데 제 나이보다도 더 어린 1984년에 검룡소가 이름 붙었다니요 ㅎㅎㅎ

참고로 신라와 백제가 서로 교통했다는 나제통문도 일제시대에 만든 굴이랍니다. 일제시대에 만든 인공굴에서 신라와 백제가 서로 교통했다니 이건 MSG 정도가 아니더라구요 ㅎㅎㅎ

김우선I기자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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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선I기자
2023-07-10 14:17
나제통문도 신라와 백제 시대인 줄 알았는데...일제 시대 만든 인공굴이군요. ㅠㅠ

곰돌이아빠I리뷰어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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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아빠I리뷰어
2023-07-10 14:19
백제와 신라의 국호가 들어가는 '나제통문'이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일제강점기인 1925년 김천군과 거창군을 잇는 신작로를 내면서 만들어진 터널이다. 나제통문을 중심으로 위쪽 마을은 '기니미 마을', 아래쪽 마을은 '이미리 마을'이라고 하였기에 주민들에게 '기니미굴'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광복 및 정부 수립 이후인 1963년에 관광 목적의 무주구천동 33경이 지정되면서 '나제통문'으로 이름을 붙였다.

본래는 옛 신라 땅과 백제 땅의 가운데에 있는 통문이라는 의미로 나제통문이라 작명한 것으로 추정되나, 세월이 흐르면서 마치 원래부터 신라와 백제의 국경을 잇던 문이었던 것처럼 왜곡되었다. 이에 나제통문은 무주 지역의 오랜 역사 유적인 것인 양 홍보되기도 했다.

이러한 왜곡된 정보는 관공서에도 채택되어, 무주군청의 관광안내도에서는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국경을 이루던 곳이다. 석모산의 기암절벽을 뚫고 동서를 통하는 길을 내었는데 지금도 양쪽지역의 언어와 풍습이 다르다"라고 기술하기까지 했다. 이와 비슷한 내용이 한때 별다른 검증 없이 교과서에도 등재되었고, 중·고등학교에서 이 지역으로 견학이나 수학여행을 오면 단골로 들리는 곳이 되었다.

이후 당시 무주구천동 33경 지정 작업에 참여했었던 향토사학자 오재성 선생[2]이 이러한 오류를 적극 제보하여 교과서에서는 해당 내용이 삭제되었다.

편집자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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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2023-07-10 15:18
이런 오보가 교과서에까지 실렸다니 어이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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